남긴 식판을 대하는 법. 식판에 남은 음식은 아이의 성의가 아니라, 그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 주는 정보입니다.
급식실에서 잔반통 앞에 서 있으면, 아이들의 하루가 보입니다. 국만 그대로 남은 식판, 밥은 다 비웠는데 나물만 한 젓가락 남은 식판, 처음부터 거의 받지 않은 식판. 그리고 그 식판을 들고 오는 아이들의 표정도 저마다 다릅니다. 미안한 얼굴, 눈치 보는 얼굴, 아무렇지 않은 얼굴. 오늘은 이 남은 음식 앞에서 어른이 무슨 말을 건네느냐가 아이의 다음 한 끼를 어떻게 바꾸는지, 함께 이야기 나눠 보려 합니다.
평가가 아니라 관찰입니다. 맞고 틀린 답은 없고, 대부분의 부모님께서 한두 가지는 해당되십니다. 아래에서 요즘 우리 집 모습과 비슷한 항목을 편하게 눌러 보시고, 버튼을 누르면 함께 읽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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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의 대부분은 조리하고 남은 음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먹고 남긴 잔반입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초등학생 한 명이 한 해 동안 남기는 양이 20kg 안팎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잔반의 원인을 물어보면, 어른과 아이의 대답이 서로 다릅니다.
영양교사와 조리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는 '학생의 편식'과 '음식에 감사하는 마음의 부족'이 잔반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반면 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본 기존 조사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나와서', '입에 맞지 않아서'가 주된 이유였습니다. 같은 잔반통을 보면서도 어른은 태도를 읽고, 아이는 맛과 상황을 말합니다. 이 간격을 좁히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배식량은 그 학년의 평균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그런데 같은 교실 안에도 체격, 활동량, 성장 속도가 제각각인 아이들이 앉아 있습니다. 평균에 맞춘 한 그릇이 어떤 아이에게는 넉넉하고, 어떤 아이에게는 부족합니다. 남긴다는 것이 곧 적게 먹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초·중학생 1,000여 명의 식판을 반복 관찰한 연구에서,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시간이 20분이 되지 않은 아이들은 25분 이상 확보된 아이들에 비해 주요리를 약 13%, 우유를 약 10%, 채소를 약 12% 덜 먹었습니다. 배식 줄, 손 씻기, 이동 시간을 빼고 나면 실제로 앉아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아이가 처음 보는 반찬을 그날 바로 먹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새로운 맛은 여러 번 반복해서 만난 뒤에야 익숙해집니다. 오늘 남긴 나물은 실패가 아니라 첫 번째 만남일 수 있습니다. 급식은 같은 재료를 계절 내내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해 주는 자리입니다.
국내 조사에서 초등학교 영양교사의 절반가량이 '적절하지 않은 1인 분량'을 잔반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한 학교에서는 식판에 적정량을 알려 주는 선을 그어 두는 것만으로 잔반량이 크게 줄기도 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훈계가 아니라 기준이었던 셈입니다.
아침을 늦게 많이 먹은 날, 등굣길에 간식을 먹은 날, 몸이 찌뿌둥한 날, 친구와 다툰 날. 식욕은 하루하루 크게 출렁입니다. 어른도 그렇습니다. 어제 다 먹던 아이가 오늘 남겼다면, 습관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오늘이 어제와 달랐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물론 편식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만 편식은 잔반의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시면, 아이에게 건네는 말이 달라집니다.
모두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들입니다. 다만 그 말이 아이에게 어떻게 들리는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카드를 눌러 하나씩 확인해 보세요.
카드의 버튼을 누르면 그 말이 아이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그리고 바꿔 볼 한마디가 나타납니다.
네 마디를 관통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남긴 양을 화제로 삼을수록 아이는 식사를 평가받는 일로 느낀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무엇을 먹었고 무엇이 맛있었는지를 물으면, 같은 식판이 대화의 재료가 됩니다.
강하게 지도하면 그날의 잔반은 분명히 줄어듭니다. 문제는 그 방식이 무엇을 남기느냐입니다. 어릴 때 억지로 다 먹어야 했던 음식에 대한 기억을 성인에게 물은 연구에서, 많은 이들이 그 음식을 어른이 되어서도 피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강요와 함께 먹은 음식은 맛이 아니라 그때의 긴장으로 기억됩니다. 오늘 억지로 넘긴 한 숟가락이, 그 반찬을 평생 멀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는 원래 배고픔과 배부름을 꽤 정확히 느낍니다. 그런데 "남기면 안 된다"가 기준이 되면, 몸의 신호 대신 그릇의 상태를 보고 먹게 됩니다. 이 감각은 어른이 된 뒤의 식사량 조절에도 오래 영향을 미칩니다.
급식 시간과 저녁 식탁이 검사받는 시간이 되면, 아이는 빨리 먹고 일어서는 법부터 익힙니다. 낯선 반찬에 한 젓가락 도전해 볼 여유는 편안한 식탁에서만 생깁니다.
혼나지 않기 위해 아이들은 방법을 찾아냅니다. 싫은 반찬은 아예 받지 않고, 국물에 숨기고, 몰래 버립니다. 잔반통의 숫자는 줄어들지만 아이가 먹은 양도 함께 줄어듭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접근을 바꾸어 갑니다. 다 먹으라고 말하기보다 먹을 만큼 스스로 정하도록 돕고, 선호도 조사를 통해 조리법을 손보고, 배식 속도와 식사 시간을 확보하려 애씁니다. 잔반 지도의 목표는 깨끗한 식판이 아니라 자기 양을 아는 아이입니다.
전부 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아래에서 이번 주에 시작할 수 있는 것 하나만 골라 보세요. 하나로 충분합니다.
이미 몇 가지를 하고 계신 분도 많으실 것입니다. 새로 시작하시는 것보다, 이미 하고 계신 것을 알아차리고 이어가시는 것이 훨씬 큰 힘이 됩니다.
이번 주에 하나만 골라 실천해 보세요. 하나면 충분합니다.
남은 음식을 보면 마음이 쓰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 마음은 그대로 두시고, 건네는 말만 조금 바꿔 보세요.
남긴 양을 묻는 대신 먹은 것을 물어봐 주시면,
아이는 내일 식판 앞에서 조금 더 용감해집니다.
오늘도 아이의 한 끼를 살피시는 학부모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