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교사 칼럼 · 우리 아이 식생활 이야기 · 서른두 번째

영양성분표,
이것만 보면 됩니다

마트에서 뒷면을 뒤집어 보셨다면 이미 절반은 하신 것입니다. 남은 절반은 '어디를 볼 것인가'뿐입니다.

과자 봉지를 뒤집으면 까만 표 하나가 나옵니다. 열량, 나트륨, 탄수화물, 당류… 숫자가 열 줄 가까이 이어집니다. 한 번쯤 들여다보셨다가 "이걸 다 어떻게 보나" 싶어 그냥 담으신 경험, 아마 대부분 있으실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라고 만든 표가 아닙니다. 필요한 곳만 골라 보라고 만든 표입니다. 오늘은 그 '필요한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만 짚어 드리려 합니다.

영양성분표는 외우는 표가 아니라,
몇 초 만에 훑는 표입니다.

먼저, 장바구니 앞에서의 우리 모습을 떠올려 볼까요?

평가가 아니라 관찰입니다. 맞고 틀린 답은 없습니다. 요즘 나와 비슷한 항목을 편하게 눌러 보시고, 버튼을 누르면 함께 읽어 드리겠습니다.

🛒 우리 집 장보기 관찰 체크

해당하는 항목을 눌러 주세요. 다 고르신 뒤 '결과 보기'를 누르면 해석이 나타납니다.

영양정보, 딱 세 곳만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 가공식품의 영양성분 표시는 아홉 가지가 의무입니다. 열량, 나트륨, 탄수화물, 당류, 지방, 트랜스지방,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단백질. 모두 비만·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과 관련이 깊어 국가가 반드시 알리도록 정한 항목들입니다.

그렇다고 아홉 개를 다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래는 실제 표시와 같은 형태로 만든 읽는 순서 안내판입니다. 파란 번호가 붙은 세 곳만 순서대로 보시면 됩니다.

영양정보
1총 내용량 90g
2430kcal
총 내용량당 31일 영양성분 기준치에 대한 비율
나트륨 380mg19%
탄수화물 58g18%
당류 24g24%
지방 17g31%
트랜스지방 0g
포화지방 9g60%
콜레스테롤 5mg2%
단백질 4g7%
1일 영양성분 기준치에 대한 비율(%)은 2,000kcal 기준이므로 개인의 필요 열량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 이해를 돕기 위해 구성한 예시이며 특정 제품의 값이 아닙니다.

파란 번호는 실제 포장에는 없습니다. 읽는 순서를 안내하기 위해 표시한 것입니다.

1

기준을 먼저 확인합니다 — "이 숫자는 얼마를 먹었을 때인가?"

표의 모든 숫자에는 기준이 있습니다. 총 내용량당인지, 1회 제공량당인지, 100g당인지를 먼저 보세요. 지금은 총 내용량당 표시가 기본이지만, 제품에 따라 다르게 적힌 경우가 있습니다. 이 한 줄을 놓치면 나머지 숫자를 절반으로도, 두 배로도 잘못 읽게 됩니다.

2

열량을 봅니다 — 아이 하루치와 견주어 보세요

초등학생의 하루 필요 에너지는 대체로 1,700~2,000kcal 정도입니다. 간식 하나가 430kcal라면 하루의 약 4분의 1입니다. 숫자 자체보다 "하루 중 얼마쯤인가"로 바꿔 보는 것이 훨씬 감이 옵니다.

3

오른쪽 %만 훑습니다 —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오른쪽 열의 %는 하루 기준치 대비 비율입니다.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요령은 간단합니다. 5% 이하면 적은 편, 20% 이상이면 많은 편. 위 예시에서는 포화지방 60%와 당류 24%가 눈에 걸립니다. 이 두 숫자만 봐도 이 간식의 성격은 거의 드러납니다.

참고로 열량과 트랜스지방에는 %가 표시되지 않습니다. 필요 열량이 사람마다 달라서, 그리고 트랜스지방은 아예 적을수록 좋아서 '하루 몇 %'라는 기준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 간식이라면, 숫자는 네 개면 충분합니다

어른의 관심사가 열량이라면, 자라는 아이에게는 조금 다른 네 개가 중요합니다. 아래 카드를 눌러 하나씩 확인해 보세요.

카드의 버튼을 누르면 그 숫자를 왜 보는지 나타납니다.

🍬
당류
각설탕으로 바꿔 세기
각설탕 1개 ≈ 3g 당류 24g이면 각설탕 약 8개입니다. 그램은 잘 와닿지 않지만 각설탕으로 바꾸면 아이도 바로 알아듣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첨가당을 하루 총 열량의 10% 이내로 제한하도록 권고하며, 우리나라 섭취기준도 같은 방향입니다. 초등학생 기준으로는 하루 40~50g 안팎이 상한선인 셈입니다.
🧂
나트륨
%가 어른 기준이라는 점
1일 기준치 2,000mg 표시된 %는 성인 기준으로 계산된 값입니다. 초등학생의 하루 나트륨 권고 수준은 성인보다 낮게 잡혀 있으므로, 아이 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표시된 %보다 더 큽니다. 라면·즉석식품·과자에서 특히 눈여겨보시면 좋습니다.
🧈
포화지방
기준치가 가장 빨리 찹니다
1일 기준치 15g 하루 기준이 15g뿐이라 간식 하나로도 절반 넘게 채워지는 일이 흔합니다. 앞의 예시에서 포화지방 9g이 60%였던 이유입니다. 오른쪽 % 중 유독 큰 숫자가 보인다면 대개 이 줄입니다.
🥚
단백질
유일하게 '많을수록' 반가운 줄
성장기의 재료 앞의 세 가지가 '적을수록 좋은' 숫자라면, 단백질은 있을수록 반가운 숫자입니다. 열량만 높고 단백질이 거의 없는 간식은 배는 부르지만 성장에 쓸 재료는 남기지 않습니다. 같은 값이면 단백질이 붙어 있는 간식을 골라 주세요.

네 카드를 모두 열어 보시면 한 줄로 정리됩니다. 당류·나트륨·포화지방은 낮은 쪽으로, 단백질은 있는 쪽으로. 이 방향만 기억하셔도 마트에서 헤매지 않으십니다.

많은 분들이 걸리는 함정 세 가지

영양성분표를 보시는 분들도 이 세 곳에서는 자주 미끄러집니다. 부모님이 부주의해서가 아니라, 표시 규정을 알아야만 보이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함정 1 · "1회 제공량당"이라는 작은 글씨

열량 180kcal라고 적혀 있어 안심했는데, 자세히 보니 1회 제공량당이고 한 봉지에 2.5회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는 한 봉지를 다 먹습니다. 그러면 실제로는 450kcal입니다. 지금은 총 내용량당 표시가 기본이지만, 대용량 제품 등에서는 다른 기준이 함께 쓰이므로 기준 줄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함정 2 · '트랜스지방 0g'과 '무가당'이라는 표현

트랜스지방은 일정량 미만이면 0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0이라 해도 아주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가당' 역시 당을 따로 넣지 않았다는 뜻이지 당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과일 농축액이 들어간 음료는 무가당이면서도 당류가 상당한 경우가 있습니다. 앞면 문구보다 뒷면 숫자가 정확합니다.

함정 3 · %는 어른의 하루를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표시된 %는 하루 2,000kcal를 먹는 성인을 기준으로 한 값입니다. 체구가 작은 초등학생에게는 같은 한 봉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나트륨과 포화지방은, 표시된 %를 보시고 "아이에게는 이보다 조금 더 큰 숫자"라고 마음속으로 올려 잡으시면 정확합니다.

직접 판정해 볼까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는 고열량·저영양 식품이라는 기준이 있습니다. 학교 매점과 학교 주변 판매가 제한되는 식품이지요. 간식용 기준은 이렇습니다.

1회 제공량당 단백질이 2g 미만이면서 열량 250kcal · 당류 17g · 포화지방 4g 중 하나라도 넘으면 해당합니다. 단백질과 무관하게 열량 500kcal · 당류 34g · 포화지방 8g 중 하나라도 넘어도 해당합니다.

아래 두 간식을 직접 판정해 보세요. 버튼을 누르면 결과가 나타납니다.

🍪 간식 A · 초코맛 과자 한 봉(50g)
열량265kcal
당류18g
포화지방6g
단백질1.8g
고열량·저영양 식품에 해당합니다 단백질이 2g 미만인 상태에서 열량(250kcal), 당류(17g), 포화지방(4g) 기준을 모두 넘었습니다. 세 개 중 하나만 넘어도 해당되는데 셋 다 넘은 경우입니다. 당류 18g은 각설탕 약 6개, 포화지방 6g은 하루 기준치의 40%입니다.
🥤 간식 B · 초코맛 가공유 한 팩(200mL)
열량160kcal
당류22g
포화지방3.5g
단백질6g
고열량·저영양 식품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단백질이 6g이라 첫 번째 기준을 비껴가고, 두 번째 기준(당류 34g 등)에도 닿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보셔야 합니다. 당류 22g은 각설탕 약 7개이고, 초등학생 하루 첨가당 상한의 절반가량입니다. '고열량·저영양이 아니다'가 '마음껏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법의 기준은 최소한의 안전선이고, 우리 아이의 기준은 부모님이 숫자를 보고 정하시는 것입니다.

두 판정을 비교해 보시면 오늘 칼럼의 핵심이 드러납니다. 기준은 참고선이고, 결정은 숫자를 직접 본 사람의 몫이라는 점입니다.

원재료명도 5초면 읽습니다

영양성분표 바로 옆이나 아래에는 원재료명이 붙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성분표가 알려 주지 않는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 원재료명, 이 세 가지만

전부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래 세 가지만 눈으로 훑으세요.

  • 1. 앞의 세 가지만 봅니다원재료는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습니다. 앞쪽에 설탕·물엿·액상과당·쇼트닝이 나온다면, 그것이 이 제품의 정체에 가깝습니다.
  • 2. 단맛의 다른 이름들을 찾습니다설탕만 찾으면 놓칩니다. 아래 이름들은 모두 당입니다. 여러 개가 나뉘어 적혀 있으면 각각은 뒤쪽이어도 합치면 앞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설탕액상과당물엿과당 포도당올리고당당밀농축과즙덱스트린
  • 3. 알레르기 표시를 확인합니다원재료명 아래 별도의 칸에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굵게 표시됩니다. 아이에게 알레르기가 있다면 이 칸만큼은 매번 확인해 주세요. 같은 이름의 제품도 제조 공장이 바뀌면 표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덧붙여, 앞면의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 마크도 유용한 신호입니다. 안전성과 영양 요건을 함께 갖춘 제품에 붙는 표시라, 고를 것이 너무 많을 때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앞면은 회사가 하고 싶은 말이고,
뒷면은 법이 알려 줘야 하는 말입니다.

마트에서 쓰는 10초 루틴

전부 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아래에서 이번 주 장보기에서 해볼 것 하나만 골라 보세요. 하나로 충분합니다.

1뒤집기 → 기준 → 열량 → 오른쪽 %
이 네 동작이 전부입니다. 포장을 뒤집고, 기준 줄을 확인하고, 열량을 보고, 오른쪽 % 중 20%를 넘는 줄이 있는지 훑습니다. 익숙해지면 정말 10초면 끝납니다.
처음에는 20초쯤 걸립니다. 다섯 번쯤 해보시면 눈이 저절로 오른쪽 열로 갑니다.
2비교는 '같은 무게'로 하세요
봉지 크기가 다른 두 제품을 비교하실 때는 100g당 값으로 견주셔야 정확합니다. 100g당 표시가 없다면, 총 내용량으로 나눠 대략만 잡으셔도 충분합니다.
"이건 90g에 430kcal, 저건 60g에 320kcal니까… 저게 조금 더 진하네" 정도면 훌륭합니다.
3아이에게 읽는 역할을 맡겨 주세요
부모가 읽고 판단해 주면 그때뿐이지만, 아이가 직접 읽으면 습관이 됩니다. "이거 당류 몇 그램이야?" "각설탕 몇 개쯤 될까?" 하고 물어봐 주세요. 초등학생은 나눗셈이 되는 나이라 이 계산을 무척 재미있어합니다.
고르는 권한을 아이에게 주되, 읽고 나서 고르게 하는 것. 이것이 금지보다 훨씬 오래갑니다.
4둘 중 하나 고르기로 바꿔 주세요
"안 돼"보다 "이 둘 중에 골라"가 훨씬 잘 통합니다. 부모님이 미리 괜찮은 두 개를 골라 두고, 최종 선택은 아이가 합니다. 아이는 스스로 골랐다고 느끼고, 부모님은 기준을 지키실 수 있습니다.
"이 두 개는 엄마가 봤을 때 둘 다 괜찮아. 네가 먹고 싶은 걸로 골라 볼래?"
5모든 간식에 다 적용하지 마세요
매번 따지면 아이도 부모님도 지칩니다. 자주 먹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일주일에 몇 번씩 사는 음료나 과자 한두 품목만 바꿔도 한 달치 차이는 꽤 큽니다. 생일이나 소풍처럼 특별한 날의 간식은 그냥 즐기시는 편이 낫습니다.
기준을 지키는 힘은 엄격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함에서 나옵니다.
6집에서 한 번, 함께 읽어 보세요
마트가 아니어도 됩니다. 집에 있는 과자 두 봉지를 꺼내 놓고 나란히 비교해 보세요. 어느 쪽 당류가 많은지, 각설탕 몇 개 차이인지 함께 세어 보시면 5분짜리 훌륭한 식생활 수업이 됩니다.
학교 영양·식생활 교육에서도 즐겨 쓰는 활동입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 되풀이하면 훨씬 단단해집니다.

이미 뒷면을 뒤집어 보고 계신 분도 많으실 것입니다. 새로 시작하시는 것보다, 이미 하고 계신 것을 알아차리고 이어가시는 것이 훨씬 큰 힘이 됩니다.

🔍 이번 주 '뒷면 읽기' 챌린지

이번 주에 하나만 골라 실천해 보세요. 하나면 충분합니다.

숫자를 아는 아이가, 스스로 고릅니다

영양성분표를 읽는 목적은 간식을 끊는 데 있지 않습니다.
무엇을 먹고 있는지 알고 고르는 힘을 아이에게 남기는 데 있습니다.
부모님이 뒷면을 뒤집는 모습을 몇 번 본 아이는,
언젠가 혼자 편의점에 갔을 때 조용히 봉지를 뒤집어 봅니다.
오늘 장보기 한 번이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아이의 식탁을 지키시는 학부모님을 응원합니다.

이 자료는 학부모 영양교육을 위한 정보 제공용이며, 특정 제품이나 상표를 권하거나 배제하기 위한 자료가 아닙니다. 본문의 영양정보와 간식 예시는 이해를 돕기 위해 구성한 것으로 실제 제품의 값이 아니며, 정확한 값은 반드시 해당 제품의 표시를 직접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표시 기준과 관련 규정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최신 내용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식품 알레르기가 있거나 성장·체중·질환과 관련해 식사 조절이 필요한 경우에는 학교 영양교사 또는 소아청소년과·임상영양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