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간식 속 '액상과당', 그리고 조용히 늘고 있는 소아 지방간 이야기.
아이가 좋아하는 음료 한 잔, 젤리 한 봉지. 별생각 없이 건네는 그 간식이 아이의 간에서 어떤 일을 벌이는지 알게 되면, 우리는 조금 다른 눈으로 식탁을 보게 됩니다. 오늘은 겁을 주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조금 바꿔 볼지 함께 고르기 위한 이야기입니다.
2018년 방영된 MBC 다큐스페셜 「당신, 독을 먹고 있나요?」는 우리가 매일 무심코 먹는 단맛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프로그램이 던진 이야기를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MBC 다큐스페셜 · 2018년 방영
핵심 메시지 —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독한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 조금씩 아무렇지 않게 먹는 '달콤한 것'일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방송 이후 지금까지, 액상과당과 간 건강에 대한 연구는 오히려 더 쌓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어른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액상과당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고과당 옥수수시럽입니다. 값이 싸고, 잘 섞이고, 시원할 때 특히 달아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의 모든 가공 간식과 음료에 널리 쓰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액체 형태의 단당류라 몸에 아주 빠르게 흡수된다는 점입니다.
아래 카드를 눌러, 우리 집에도 있을 법한 간식 속에 액상과당이 얼마나 흔히 숨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 제품마다 다르므로, 정확한 것은 늘 원재료명에서 '액상과당·고과당 옥수수시럽·과당'을 직접 확인해 주세요.
달콤한 간식 속 당은 크게 포도당과 과당으로 나뉩니다. 액상과당에는 이 '과당'의 비중이 높습니다. 그런데 포도당과 과당은 몸속에서 완전히 다른 길을 걷습니다.
🔬 그림 1. 포도당 vs 과당 — 몸속에서 갈리는 두 갈래 길
같은 단맛이라도, 어떤 '당'이냐에 따라 간이 하는 일이 달라집니다.
밥·빵 속 당
통제되는 연료
액상과당 속 당
간에 쌓이는 지방
포도당은 인슐린이라는 신호등의 통제를 받으며 온몸에서 쓰입니다. 반면 과당은 대부분 간에서 처리되고, 그 조절 검문소를 우회합니다. 그래서 많이 들어온 과당은 브레이크 없이 곧장 지방으로 바뀌어 간에 쌓입니다. 이것이 지방간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어른의 간을 망가뜨리는 알코올(술)과, 아이가 마시는 과당이 간에서 거치는 과정이 서로 놀랄 만큼 닮아 있다는 점입니다. 둘 다 주로 간에서 처리되고, 둘 다 그 끝에서 '지방'을 만들어 냅니다.
🔬 그림 2. 술 없는 술 — 알코올과 과당의 평행선
시작은 다르지만, 간이 하는 일과 그 결과는 같은 곳에서 만납니다.
※ 이는 대사 원리가 닮았다는 비유입니다. 과당과 알코올의 해로움 크기가 똑같다는 뜻은 아니며, 술처럼 취하거나 중독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간에 지방을 쌓는 길'을 공유한다는 점을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과당이 일으키는 지방간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뜻의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은 아이의 간에, 어른의 음주와 비슷한 결과가 쌓일 수 있는 것입니다.
소아·청소년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이미 선진국에서 가장 흔한 어린이 간질환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지방간 유병률도 서구식 식습관과 단 음료 섭취가 늘면서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 그림 3. 건강한 간 vs 지방간
지방간은 간세포 사이사이에 기름방울이 끼어드는 상태입니다.
건강한 간
매끈하고 붉은빛.
지방이 거의 없습니다.
지방간
누렇게 커지고,
기름방울이 가득합니다.
가장 무서운 점은 소아 지방간이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잘 뛰어놀고 밥도 잘 먹기에, 간이 지쳐 가는 것을 부모도 아이도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방치하면 간에 염증이 생기고, 드물게는 젊은 나이에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시작된 지방간을 오래 추적한 연구에서는, 간질환이 나빠질 위험이 또래보다 크게 높아진다는 결과도 보고되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의 작은 습관 하나가 아이의 10년, 20년 뒤 간 건강을 지키는 예방주사가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엇을 바꿀지는 우리 가족이 정합니다. 모든 걸 한꺼번에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래에서 지금 할 수 있는 하나부터 골라 보세요.
이번 주에 하나만 골라 실천해 보세요. 하나면 충분합니다.
아이의 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건넨 간식을 조용히 처리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단 음료 한 잔을 물로 바꾸는 작은 선택이
아이의 평생 간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시작이 됩니다.
애쓰시는 학부모님들을 언제나 응원합니다.